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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서울/전시] 키키 스미스: 자유낙하

by 김깨끗 2023.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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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내음과 함께 즐기는 키키스미스의 예술 산책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23.03.12까지

 

키키-스미스-2층-전시
서울시립미술관 2층 전시장 전경

  • 위치: 서울시 중구 덕수궁길 61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 연락처: 02-2124-8800
  • 운영시간
    화~금 10:00~20:00 / 주말 10:00~18:00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10:00~22:00
  •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
  • 휴관일: 매주 월요일
  • 기간: 2022.12.15(목) ~ 2023.03.12(일)
  • 요금: 무료
  • 플래시 없이 사진촬영 가능, 동영상 촬영 불가
  • 일부 작품에 민감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

 

서울시립미술관-서소문본관키키-스미스-전시장-입구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외관 / 키키 스미스 전시장 입구

이 전시에는 키키 스미스(b.1954)의 초기작부터 근작에 이르기까지 작품에서 일관되게 발견되는 서사구조, 반복성, 에너지라는 요소를 기반으로 40여 년간의 작품 활동을 전반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140여 점에 이르는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전시실 안에는 은은한 숲 내음이 느껴진다. '자유낙하'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조향사와 함께 개발된 향으로 3층 예술서점에서 룸 스프레이를 구매할 수도 있다. 키키 스미스가 본인의 예술활동을 일컬어 '정원 거닐기'에 비유한 것처럼, 곡선형 순환적 구조로 이루어진 공간 구획은 관람객들이 전시실 안을 맴돌고 배회하며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키키 스미스는 조각가 토니 스미스와 오페라 가수 제인 로렌스 사이에서 출생한 예술 금수저다. 아버지의 친구인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같은 화가들이 그녀의 집에 와서 예술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키키 스미스가 예술에 입문하기 시작한 1980년대 미국은 에이즈, 임신중절 등을 둘러싼 이슈를 필두로 신체에 대한 인식이 두드러지는 시기였다. 이 당시 스미스는 아버지와 여동생의 죽음까지 차례로 겪으면서 생명의 취약함과 불완전함에 대해 숙고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배경은 해부학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사와 맞물리면서 스미스가 신체에 대한 해체적 표현으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게 되는 계기를 이룬다.

 

물품보관함대기줄
물품보관함 / 대기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은 물품보관함이 지하 1층에 있으며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나는 지난주 토요일 오후 1시쯤 방문했더니 관람객이 많지 않아 편하게 관람할 수 있었는데, 내가 2층으로 이동하던 오후 3시쯤에는 입장 대기 줄이 있었다. 점심 식사와 커피 한잔을 한 뒤 사람들이 미술관에 많이 오는 시간이 저때쯤이라고 보면 되려나 싶다.

 


 

의례나는-들어갈-공간이-충분히-있도록-나-자신을-비워-뒀다
의례-2010 / 나는 들어갈 공간이 충분히 있도록 나 자신을 비워 뒀다-2009 (네팔 종이에 잉크, 색연필)

어린 시절 종이풍선을 보며 종이를 접으면 볼륨감이 생긴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키키 스미스는 종이가 사람의 피부와 가장 흡사한 질감을 가졌다고 말하며 즐겨 사용한다. 주름진 종이가 주는 에너지와 우연한 효과를 활용한 종이 작업이 재미있다.

 

진저
진저-2000 (하네뮐레 밝은 흰색 종이에 아쿼틴트, 에칭, 드라이포인트)

<진저>는 작가가 키우던 고양이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제작된 판화 작품이다. 스미스는 2000년에 진저가 세상을 떠나자 그 시체를 가지고 곧장 뉴욕의 판화 스튜디오인 할런 앤드 위버로 향했다. 스미스는 진저의 시체를 동판 위에 올리고 그 윤곽선을 따라 그렸으며, 이후에는 에칭과 드라이포인트 기법으로 털을 한 올 한 올 섬세하게 묘사했다. 몸을 말아 편안하게 쉬고 있는 듯한 진저의 자세는 면밀히 살펴보면 기운 없이 뒤틀린 모습을 하고 있다. 스미스는 아쿼틴트가 깔려 있는 판 위에 산 용액을 묻힌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스핏바이트 아쿼틴트 기법으로 수채화 같은 효과를 구현하면서 섬세한 드로잉에 완성도를 높였다. 진저 주변으로 나타나는 스크래치는 동판을 재활용하면서 나타난 효과이다.

 

세상의-빛
세상의 빛-2017 (로신 프라하 종이에 시아노타이프)

총 16점의 세트로 전시되는 <세상의 빛>은 판화와 사진을 결합한 작가의 최근 매체 실험의 결과물이다. 이 작품은 스미스가 2005년 전시를 위해 베니스에 머물던 중 이스트 리버에 비친 햇빛의 번뜩임을 카메라에 담은 것을 시작으로 하는데, 사진은 오랫동안 공개되지 않다가 2016년 판화수업을 진행하면서 시아노타이프로 제작되었다. 동판화의 전통적인 기법인 에칭과 사진 인화 기법인 시아노타이프가 결합된 <세상의 빛>에서는 특히 여러 차례 쌓아 올린 에칭의 레이어가 실제 강물에 비친 찬란한 빛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메두사메두사
메두사-2004 (청동, 다이아몬드 조각)

키키 스미스의 <메두사>는 머리카락이 없고 평범한 모습에 벗은 몸으로 똑바로 서있다.

 

1층-전시실
1층 전시실 전경

많은 작품들이 액자 안에 있는 것은 아쉬웠지만, 작품의 해설과 제작 방법이 보통의 다른 전시들보다 더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정말 좋았다. 키키 스미스는 특히나 한결같이 분명한 주제로 다채로운 매체를 사용하는 작가이고,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해석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으니 예술과 전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면 너무나 도움이 될 친절한 전시다.

 

소녀소녀
소녀-2014 (순은에 청동 좌대)

키키 스미스의 작품은 가깝게는 개인적 경험에서부터 멀게는 민화, 설화, 신화, 고대역사, 문학 등 다양한 시공간을 포괄하면서 다층적 서사구조를 이룬다.

 

장밋빛-레진-새옥토푸시
무제-장밋빛 레진 새-1999 (레진) / 옥토푸시-1998 (인청동)

'너머의 것'을 탐구하는 작가의 시각 그리고 일련의 파편들을 하나의 서사로 직조하는 모티프들.

 

삼백안무제
삼백안-1997 (유리) / 무제-1994 (황동)
알
알-2000 (유리)
대답새와-알
대답-1996 (자기, 철사) / 새와 알-1996 (석고, 끈)

유럽에서 비주류 매체로 인식되던 종이, 취약성을 품은 유리나 테라코타, 미술의 영역에서 경시되어 온 공예와 장식적 요소를 전면에 내세운 작업방식.

 

나비-박쥐-거북이
나비, 박쥐, 거북이-2000 (아이리스 프린트, 콜라주)

스미스는 30여 년 동안 다양한 목적을 위해 사진을 활용하면서 매체가 지닌 유연하고도 실험적인 측면에서 천착해왔다. 이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스미스는 사진을 개인적인 표현의 수단으로 줄곧 사용한다.

 

나비거북이
나비 / 거북이

일상의 도구들이 잡다하게 어질러진 자신의 스튜디오를 배경으로 스미스는 바닥을 기어 다니거나 팔을 휘두르고 다리를 허공으로 들어 올리고 있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몸짓에 동물적 묘사가 중첩된 이미지들은 작가의 자유분방하고 유희적인 분위기를 잘 담고 있다.

 

찌뿌드드
찌뿌드드-2012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기타-등등
기타 등등-1999 (세키슈 토리노코 감피 종이, 마사 종이, 아네뮐레 동판 종이에 6색 석판, 2색 요판 인쇄, 아플리케)

작품 상단에 위치한 사진은 스미스가 펜실베이니아의 설경을 차창 밖으로 찍은 것으로, 어렸을 때 즐겨 본 빅토리아 시대의 동화 삽화처럼 모노톤에 가까울 정도로 엷게 인쇄되어 노스탤지어를 자아낸다. 하단에 눈송이 패턴은 작가가 세포나 별을 표현하던 방식과 유사한 형상을 띄고 있으며 작품에 장식성을 한층 더한다. 두 화면은 얼핏 독립적으로 보이나, 1691년 존 드라이든과 헨리 퍼셀의 오페라 아서왕에서 인용한 "얼음 속에서 나를 다시 잠들게 해 다오"라는 우측의 글귀를 통해 계절의 순환과 겨울의 황량함을 효과적으로 환기한다. 그 아래로는 'etc'와 하강하는 나방 이미지가 함께 연출되었다.

 

유리체
유리체-2001 (일본 종이에 목판 인쇄한 책) / 키키 스미스의 다우리 북 내 부속물-1997 (뤼스콤브 종이에 사진 평판)

<유리체>는 키키 스미스가 인체 감각 중 시각을 주제로 제작한 아티스트 북으로, 목판화 기법이 사용된 총 1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미스는 해부학 도서에서 발견한 눈 이미지를 헬리오릴리프 기법으로 목판 위에 옮긴 후 반투명한 일본산 종이에 인쇄했다.

 

컬러-노이즈
컬러 노이즈-2012 (잉크젯 프린트, 석판)

아코디언북 형태의 이 작품은 상단에는 스미스의 사진을, 하단에는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이미지를 담고 있다. 상단의 사진 다섯 장은 스케일과 각도가 모두 다르게 촬영되었으며 일렬로 배치된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형식은 20세기 전반 바우하우스의 작가이자 교육자로 잘 알려진 조셉 앨버스의 포토콜라주에서 착안한 것이다. 대상을 단편적으로 담는 2차원의 재현에 한계를 느낀 앨버스는 각도와 스케일을 달리 한 사진들을 병치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대상을 입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했다. 하트포드예술대학교에 다닐 때 앨버스의 작품을 인상 깊게 보았던 스미스는 이 작품에서 동일한 기법을 구사했다.

 

자유낙하
자유낙하-1994 (에치젠 고조 기즈키 종이에 요판 인쇄, 포토그라비어, 에칭, 드라이포인트)

이 작품은 평소에 접어서 보관하다가 작품을 볼 때는 조금씩 펴면서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무제머리카락
무제-머리카락-1990 (미츠마시 종이에 2색 석판)

스미스는 고무로 자신의 머리와 목을 본뜬 캐스트를 만들고, 여기에 잉크를 묻혀 석판에 찍어냈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흩뜨려 복사기로 인쇄한 후에 석판 위에 전사했다. 그 결과 좌측 하단을 제외한 세 모서리에 스미스의 옆얼굴이 어렴풋하게 드러나있고, 정사각형의 종이 대부분은 스미스의 머리카락이 가득 채우고 있다. 이러한 제작 방식은 3차원의 대상을 재현할 때 윤곽을 따라 그리고 그대로 찍어내거나 사진을 촬영하는 등 주로 지표성을 활용하여 작업하는 제스퍼 존스의 작업과도 비교해 볼 수 있다.

 

밴시-펄스
밴시 펄스-1991 (토리노코 종이에 4색 석판, 알류미늄박)

스미스는 1989년 뉴욕의 판화 스튜디오인 ULAE와 협업하면서부터 작품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12점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작가가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첫 사례로, 다양한 기법과 표현을 담고 있다. 스미스는 이 작품에서 어린 시절의 사진부터 제작 당시의 사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주를 동원하는데, 그중 어떤 사진은 해골 같은 모습으로 왜곡하고 음인화하는 등 공포스러운 모습으로 연출되어 있다. 이와 같은 지점에서 로버트 라우센버그와 앤디 워홀의 작품에서도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스미스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이용해 제작한 판화를 이 작품에 다시 한번 활용했으며, 복사기로 자신의 치아를 인쇄해 그 이미지를 전사하기도 했다. 작품 제목 중 '밴시'는 아버지 토니 스미스가 어렸을 적 작가에게 붙여준 별명으로, 아일랜드 민담에서 높은 음의 소리로 죽음을 예고하는 여성 정령을 뜻한다.

 

탄생
탄생-2002 (청동)

2000년대 이후 스미스의 작업 주제는 매우 다르게 전개된다. 이를 관통하는 근원으로 생동하는 에너지에 주목해 볼 수 있다. 1960년대 미국에서는 미니멀리즘에 대항하면서 몸을 통한 보다 직접적인 표현이 퍼포먼스와 신체예술을 중심으로 등장하였고, 이는 특히 여성주의로 대표되는 몇몇 작가들을 중심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1980년대는 에이즈를 비롯해 젠더와 정체성을 둘러싼 이슈가 사회적으로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면서 몸을 재인식하는 작업이 두드러지는 등 '신체'는 20세기 예술에 있어 주요 화두 중 하나로 자리 잡는다.

 

장기토르소소화계
무제-장기 일곱 개-1992 / 무제-토르소-1988 / 소화계-1988
해골
무제-해골-1985 (석고에 채색)
천국
천국-2022 (실크 샤르무즈)
새들의 파멸-1997 (애칭)

스미스는 매트리스팩토리에서 <새 더미>의 전시를 마치고 카네기자연사박물관에서 동일한 표본을 빌려 뉴욕 맨해튼의 할런 앤드 위버로 향했다. 그리고 다섯 개의 거대한 동판 위에 각 표본을 옮겨 그린 뒤, 6미터에 달하는 흰 종이에 찍어 냈다.

 

키키 스미스-작업하라! (2015)

독일의 영상제작자 클라우디아 뮐러가 제작한 키키 스미스의 다큐멘터리 영상이 1층 출입구 옆에 재생되고 있다. 1층 관람 후 잠시 앉아 쉴 겸 영상을 본 뒤에 2층으로 올라갔다.

 

이끼가 자라는 바위처럼 보이는 분수대를 만드는 화면을 볼 때 전시장 내의 향기가 정말 좋게 느껴졌다.

 


 

구슬과-함께-뒤집힌-몸
무제III-구슬과 함께 있는 뒤집힌 몸-1993 (백색청동, 유리구슬, 실, 가변설치)
푸른-소녀
푸른 소녀-1998 (실리콘 청동, 가변 설치)

성모 마리아를 소녀상으로 제작한 작품으로, 두 팔을 곧게 뻗은 자세는 성모 마리아의 전통적인 제스처로 기도, 경외, 축복을 의미한다. 소녀 주변으로 흩어져 있는 불가사리들은 밤하늘의 별을 연상시킨다.

 

회합실-잣는-이
회합-2014 (면 자카드 태피스트리, 은사) / 실 잣는 이-2014 (면 자카드 태피스트리에 채색, 금박)
하늘
하늘-2012 (면 자카드 태피스트리)

<하늘>, <지하>는 <땅>과 함께 스미스가 처음 선보인 '태피스트리'작품으로 이 작품에 중세 시대에 사용되었던 여러 상징이나 1920년대 할리우드 영화의 화려한 분위기를 담고자 했다. 푸른 하늘 위를 수영하는 모습으로 반짝이는 별에 신비롭게 둘러싸여 있는 여성은 신화나 전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 같다. 사람과 자연의 관계가 경계 없이 연결된 느낌이다.

 

블루-프린트
블루 프린트: 멜랑콜리아-1999
캐시늑대-소녀
블루 프린트: 캐시 / 늑대 소녀-1999 (하네뮐레 종이에 애칭, 아퀴틴트, 드라이포인트, 컬러 프린트)
귀가
귀가-2008 (손더스 수채 HP종이에 에칭, 채색)
소녀늑대
소녀와 늑대

 


 

예술서점
3층 예술서점

서울시립미술관 3층 예술서점에서는 이번 전시의 단행본과 몇 가지 굿즈를 구입할 수 있다.

 

룸-스프레이스티커
키키 스미스 룸 스프레이 / 스티커
달력
달력

엽서의 종류가 조금 더 다양했으면 더 좋았을 거 같다는 아쉬움이 살짝 있다. 무료 전시다 보니 굿즈를 구입할 때 부담이 없다.

 

예술-서적예술-서적
예술 서적

다양한 예술 서적들도 진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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