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 개인전
덕수궁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2022.06.16~08.07
'유리구슬 조각'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의 개인전이 덕수궁 연못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렸다. 작가가 최근 10여 년 동안 발전시킨 조각, 설치작품 70여 점을 선보인다. 오토니엘은 친숙한 재료인 유리를 사용하는데 여러 나라의 수공예가들과 협업을 통해 '공예적 제작' 방식이 문화장벽을 넘어서고 소통의 힘을 지니는 새로운 형태의 미술로 확장시켰다.
"나는 미술관을 나서서 거리로 나가는 비전과 욕망을 가지고 있다. 예술과 작가는 퍼블릭을 만나기 위해 나가야 한다."라고 말하는 오토니엘의 세계는 대중의 삶과 자연, 역사와 건축이 어우러진 공공 공간에 조응하며 이들을 연결하는 매듭 같은 형태로 전개되어 다양한 공간과 대중에 접근한다. 제목인 '정원과 정원'은 실제 복수의 전시 장소를 지칭하면서 또한 예술로 재인식하게 되는 장소 그리고 작품을 거쳐 관객의 마음에 맺히는 사유의 정원을 포괄한다.
[서울시립미술관]
- 위치: 서울 중구 덕수궁길 61
- 운영시간: 평일 10:00-20:00 / 주말 10:00-19:00
- 휴무일: 월요일
- 입장료: 무료
[덕수궁]
- 위치: 서울 중구 세종대로 99 덕수궁
- 운영시간: 화요일-일요일 09:00-21:00 (마감 1시간 전까지 입장 가능)
- 휴무일: 월요일
- 입장료: 1,000원
한국을 여러 번 방문한 오토니엘은 한국의 전통 건축과 공예, 회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연꽃 문양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연꽃은 진흙에서 깨끗한 꽃을 피우기에 '순결'이나 '지혜', '생명력', '깨달음' 등 동양문화권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여겨진다.
작은 어리연꽃으로 뒤덮인 덕수궁 연못에 피어난 추상적 형태의 <황금 연꽃>은 스테인리스스틸 구슬 하나하나에 손으로 금박을 입혀 주변의 초록색 풍경과 대조되며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한국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국난 극복의 상징적 공간인 덕수궁의 역사적 맥락을 바탕에 두고, 장-미셸 오토니엘은 덕수궁 정원의 연못에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관객에게 사색의 시간을 제공한다.
덕수궁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과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했다.
르네상스식 옛 대법원 건물을 보존, 리뉴얼하여 사용하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전면은 구 대법원 청사의 상징성이 잘 표현되고 건축적,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어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미술관 전면 현관 입구 양쪽에 설치된 오토니엘의 작품은 관람객을 맞이하며 미술관의 역사적 가치를 수호한다.
오토니엘은 약 2년간 루브르 박물관의 소장품을 살펴보며, 박물관의 상징이 될 수 있는 꽃을 찾았다. <마리 드 메디치와 앙리 4세의 대리 결혼식>이란 작품에서 화면 정중앙 인물들의 발밑에 떨어진 장미를 포착했다. 이 붉은 장미는 열정과 권력, 승리를 상징하면서 동시에 죽음보다 강력한 여왕의 사랑과 운명, 아름다움을 의미한다. 오토니엘은 이 장미에서 얻은 영감을 백금박을 칠한 캔버스에 검정 잉크를 사용해 무한한 힘으로 가득 찬 추상적인 형태로 그려내고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오토니엘은 <자두꽃>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덕수궁 내 건축물에 사용된 오얏꽃 문양에서 착안한 것으로, 오얏꽃은 자두꽃의 고어이다. 오토니엘의 <자두꽃>은 꽃잎을 표현하는 붉은색과, 꽃가루를 표현하는 노란색 두 가지로 그려져 꽃가루가 바람을 타고 흩어지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오토니엘은 한국적 정서를 이해하며 관람객에게 자두꽃이 상징하는 생명력, 저항, 끈기, 부활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오토니엘은 이전의 인도 여행에서 사람들이 언젠가 자신의 집을 짓겠다는 희망에 벽돌을 쌓아두는 것을 보고 큰 영감을 받았다. 이 같은 영감을 구체화해 인도 유리산업의 중심지로 유명한 피로자바드의 유리공예가들과 협업을 진행했는데, 사람이 입으로 불어서 만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작된 유리벽돌 하나하나는 미묘하게 다른 형상과 흠집, 빛깔을 갖게 된다. 이러한 불완전함과 다름은 수많은 벽돌이 모였을 때 생각하지 못한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벽돌 모듈을 사용해 중간중간 돌출된 형태를 하고 있는 <오라클>은 마치 구두점으로 연결된 구절을 연상시키는 한편 암호화된 메시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푸른 강>은 오토니엘이 지금까지 제작한 작품 중 가장 거대한 크기로, 길이 26미터, 폭 7미터에 이르는 넓은 면적의 바닥에 벽돌이 깔려 잔잔한 물결의 푸른 강을 연상시킨다. 인류 역사에서 푸른색 안료는 다른 색상에 비해 만들기 어려워 귀하게 여겨졌으며, 파란색은 하늘과 물을 상징하는 색으로 '생명', '생존'과 같은 긍정적 의미를 전달한다.
<푸른 강> 위에는 14개의 조각에 설치되어 거울 같은 표면에 서로의 모습을 반사하며 오토니엘이 만든 하나의 시적인 우주를 보여준다.
좌대 위에 설치된 매듭 형상의 조각 작품 <거울 매듭>은 거울 유리를 재료로 만들어져 표면에 이미지 상이 무한 반복되며 '상호작용'과 '무한'의 개념을 보여준다. 우주의 모든 존재가 거미줄처럼 유기적으로 얽혀있음을 의미하며, 나아가 삶과 죽음, 치유와 상처는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암시한다.
목걸이 형태의 조각은 오토니엘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나무에 영험한 힘을 부여해 소원을 비는 인류의 오랜 풍습을 떠올리게 한다. 소원을 적은 리본을 묶어둔 나무처럼 나무에 걸린 황금 목걸이는 우리 안에 있는 열망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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